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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ing

형식적 공시 강화보다 실질적 견제가 필요하다... 상법 개정의 필요성

by broheat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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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법 개정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상법 개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절차적 규정만으로 충분하다"는 금융위원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사회의 형식적인 의무만을 강화할 뿐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공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절차를 만들어도 이사들이 대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실체적 근거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둘째, "네 가지 행위로 한정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주식교환 등 네 가지 행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계열사 간 거래, 자사주 매입, 유상증자 등 다양한 상황에서 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장도 인정했듯이 고려아연 사례는 이번 개정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셋째, 물적분할 관련 보호장치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주식의 20%를 우선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후적인 보완책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물적분할이 모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넷째, "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주장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오히려 법체계를 더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자본시장법만으로는 이사의 근본적인 의무와 책임을 규정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공시 강화만으로는 주주 보호가 불가능합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다양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주주의 권익이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들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의무와 권한이 필요합니다.

여섯째, "현행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은 현행법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현행법이 충분했다면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행법 준수를 강조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은 상법 개정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본시장법을 통해 그 구체적인 이행 방법과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1. 상법은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2. 자본시장법은 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제시

이렇게 두 법이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어야 진정한 의미의 주주 보호가 가능합니다.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이사회가 대주주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가질 수 없습니다. 상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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