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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ing

상속세율 인하, 증시 활성화의 해답이 될 수 없다

by broheat 202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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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일부 경제계에서는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상속세율 인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상속세 부담을 줄여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고취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와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는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습니다. 이는 얼핏 보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대주주들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됩니다.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왜냐하면 세율을 낮추더라도 과세 기준이 여전히 주가에 연동되어 있는 한, 대주주들은 계속해서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세율이 50%에서 30%로 낮아진다 해도, 주가가 두 배로 오르면 결국 내야 하는 상속세 금액은 동일해집니다.

이는 마치 물이 새는 배의 구멍을 더 작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구멍의 크기를 줄이는 것보다는 구멍 자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바로 상속세 과세 기준을 주가가 아닌 기업의 실질 자산 가치에 연동시키는 것입니다. 실물 자산은 주가와 달리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조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공장, 설비, 부동산, 지적재산권 등 기업이 보유한 실질적인 자산들은 그 가치를 임의로 변동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질 자산 가치 기준 과세로 전환하면, 대주주들은 상속세를 위한 인위적인 주가 관리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이는 주식시장이 본연의 가격 발견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실질 자산 가치에 기반한 과세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질 자산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동산 평가, 기업 자산 평가 등에서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은 증시 활성화를 위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과세 기준 자체를 주가에서 실질 자산 가치로 전환하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인위적인 주가 관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업 가치 제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증시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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